사전 고지: 본 글은 단순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되었고 투자, 법률, 자문 등 어떤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본문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마십시오.

본 글은 ‘Terra 그 이후’ 시리즈의 첫 번째 편으로, 이번 테라-루나 사태에 대한 토크노믹스(Tokenomics) 분석은 2편, 거버넌스(Governance) 분석은 3편, 사태 이후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4편에 서술하였다.

세줄 요약

1.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1) 커브 Pool의 유동성 고갈 그리고 (2) 대량 앵커 출금 사태이다.

2. 5월 7일부터 5월12일까지 일어났던 사건들을 통해 테라는 초인플레이션 현상을 맞으며 UST는 디페깅되고, LUNA는 8190%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율을 경험하게 된다.

3. 테라의 몰락을 단순히 한 레이어1 네트워크의 실패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통해서 탈중앙화된 알고리즈믹 스테이블 코인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주는 교훈이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블록체인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며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프로젝트는 신뢰를 받으며 블록체인 산업을 대표하는 자산으로 거듭났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바로 그 예시이다. 반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아 시장이 한 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번엔 테라가 그런 경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 8일,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이하 UST)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있지 않아 그 가치는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였다. 그동안 수많은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에 나왔고 실패했지만 이번 UST의 실패는 그 충격의 크기가 과거의 실패에 비해 매우 크다. 왜냐하면 UST는 여태까지 시장에 나왔던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들의 시총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더 높은 시총을 가지고 있었고, UST를 발행하는 테라 네트워크는 시장에서 이더리움 다음으로 많은 자본을 묶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의 실패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비즈니스가 구현되고 있었던 레이어1 체인이 순식간에 무너진 케이스이기 때문에 이 사건이 던져주는 교훈 또한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이 가지고 있는 메커니즘적 문제도 테라 실패의 원인이긴 하겠지만,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이기 이전에 독자적인 컨센서스와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었던 레이어1 네트워크로서 부족한 점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 리포트는 테라 실패의 원인들을 객관적으로, 다각도로 분석하여 이번 사태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주는 교훈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1. 테라의 작동 방식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어떠한 교훈을 주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테라 생태계의 전반적인 이해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테라 블록체인의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인 UST는 다른 암호 자산 또는 법정화폐를 담보로 발행하지 않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여 정해진 가치를 보장한다.

1.1 LUNA-UST 이중토큰 모델

다른 블록체인과 비교했을 때 테라 블록체인이 가져가는 차별점은 바로 테라 블록체인이 두 가지의 토큰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테라 블록체인은 LUNA와 UST라는 두 개의 토큰이 존재하고, LUNA는 거버넌스 토큰, UST는 스테이블 코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LUNA는 거버넌스 외에도 UST의 가치를 안정화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LUNA와 UST의 관계를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UST의 가치 안정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UST의 가치 안정화는 아래와 같이 이루어진다.

(루나를 사용하여 UST의 가치를 안정화하는 방식)

1 UST > $1.0 1 UST의 가격이 페깅가인 $1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가정해보자. 거래자는 1 UST를 발행하기 위해서 1달러어치의 LUNA를 소각한다. 1달러 가치의 LUNA를 제공하고 그 결과로 더 비싼 UST를 받음으로써 거래자는 이 차익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이 과정을 통해서 더 많은 UST가 발행되며 늘어난 수요에 따른 공급이 맞춰지면서 UST의 가격은 페깅가인 $1로 돌아온다.

1 UST < $1.0 반대로 1 UST의 가격이 페깅가인 $1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가정해보자. 거래자는 1 UST를 제공함으로써 1달러 어치의 LUNA를 받는다. 거래자는 이 교환을 통해 $1보다 적은 UST를 제공하고 $1 가치의 LUNA를 받으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1 UST를 소각하고 1 LUNA를 발행함으로써 UST의 전체 공급량이 줄어든 수요에 맞춰지면서 UST의 가격은 페깅가인 $1로 올라간다.

1.2 루나의 악순환 고리

이러한 UST 가치 안정화 메커니즘을 통해 LUNA는 UST가치를 안정시키기 때문에 UST의 발행량과 안정성이 LUNA 토큰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테라의 시총이 올라갈수록 LUNA의 가치도 올라가지만 반대로 LUNA의 가치가 하락하면 UST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면서 UST를 매도하게 되고, UST의 페깅을 맞추기 위해서 더 많은 LUNA가 발행되어 LUNA 토큰의 가격이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여기서 LUNA-UST 듀얼토큰 모델의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난다. 상승장에서는 LUNA가 UST의 가격 변동성을 흡수하며 UST의 가치가 안정화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사람들이 LUNA와 UST를 모두 팔며 ‘뱅크런’(bank run) 사태를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을 루나의 ‘악순환 고리’(death spiral)라고 부른다.

(루나의 악순환 고리)

루나의 악순환 고리 현상에 대한 문제는 이전부터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해온 문제이다. 그리고 테라도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악순환 고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기울였던 것도 사실이다. 테라폼랩스와 Luna Foundation Guard(이하 LFG)는 LUNA-UST의 매커니즘적 악순환 고리를 막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노력을 했다.

A. 커브 풀에 충분한 UST 유동성 공급

테라측은, UST의 유동성을 늘리고 UST의 가치 안정화를 돕기 위해 커브4풀을 개설하였다. 커브는 자동화된 마켓 메이커(AMM)모델을 이용하여 낮은 슬리피지로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돕는 탈중앙 거래소이다. 커브는 동일한 성격의 자산들, 즉 스테이블 코인 또는 다른 암호 자산에 페깅된 랩드자산(wrapped token)만 예치할 수 있는 풀을 개설함으로써 비교적 안정적인 토큰 페어 간의 거래를 지원한다.

기존의 AMM 모델은 두 개의 매우 다른 자산 풀이 생성됨에 따라 거래자가 자산들 간의 심한 변동 비율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에 비영구적 손실 위험이 존재하였다. 반면에 커브는 CS-AMM과 CP-AMM, 두 모델의 장점을 적절히 사용하는 CFMM 모델을 사용하여 유동성을 집중시킨다. 그 결과로 비영구적 손실의 위험은 커지지만 슬리피지는 작아지게 된다. 원활한 교환을 위해서는 커브 풀에서 각 스테이블 코인의 충분한 유동성이 중요하다.

(커브 스테이블 스왑 가격 비율 | 출처: 커브 백서)

위 그래프는 커브의 스테이블 스왑 가격을 결정짓는 그래프이다. X 와 Y는 두 개의 다른 토큰 풀을 나타내며 이 두 토큰의 교환 가격은 X와 Y 변숫값의 변화량으로 나타낸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X와 Y 두 개의 토큰이 모두 동일한 양의 자산 규모를 가질 시, X와 Y 토큰의 교환 비율은 1이다. 이와 같이 자산 간 심한 변동 비율을 방지하고 원활한 교환을 위해 커브 풀에서 자산 당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자산의 가치가 $1에 고정되어있어야 하는 스테이블 코인 같은 경우, 안정적인 교환을 위해 더더욱 그렇다.

이 모델을 통해 커브에 개설된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 풀이 바로 USDT, USDC 그리고 DAI를 포함하는 커브 3 Pool이다. 커브 3 Pool 은 거래자에게 유동성을 보장하여 DAI와 다른 스테이블 코인 간 낮은 슬리피지 거래를 지원한다. 커브의 가장 범용적인 스테이블 코인 풀로 커브 3 Pool은 USDT, USDC 그리고 DAI의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였다. 테라는 최근 DAI를 견제하기 위해 UST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새로운 유동성 풀 출시를 제안하였다. 커브의 4 Pool이 바로 그것이다. 테라는 DAI를 제외한 UST, FRAX, USDC, USDT를 포함하는 커브 4 Pool 을 제안하며 커브 4 Pool 에 대한 충분한 UST 유동성 공급을 목표로 하였다.

유동성 공급이 중요한 이유는 커브 4 Pool과 같은 곳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스테이블 코인간에 볼륨이 큰 거래가 일어나더라도 풍부한 유동성을 통해 UST 가격 변동의 하방을 막아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있는데 반대로 Pool에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적은 양의 자금 탈출에도 UST는 극심한 변동성 비율을 겪으며 디페깅 될 수 있다. 따라서, 테라는 커브 4 Pool 제안을 통해 테라는 UST의 유동성을 더 풍부하게 하고 이를 통해 UST의 가치를 안정화하려고 한 것이다.

B. 비트코인 리저브로 UST의 안정성을 강화하다.

2022년 3월, LFG는 LUNA-UST의 악순환 고리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리저브 풀을 개설하였다. 리저브 풀을 생성한 목적은 약 2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미리 구매한 후, 매입한 비트코인으로 추후 발생할 UST의 디페깅을 방어하는 것에 있었다.

(비트코인 리저브 모델)

이전에는 1 UST를 발행하기 위해서 1달러어치의 LUNA를 소각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비트코인을 제공하고 UST를 발행할 수 있다. 초기 교환 비율은 이러하다. 1 UST가 $0.98 달러 이하에 거래되는 하락장에서 거래자는 LFG에게 1 UST를 제공하고 $0.98 달러어치의 BTC를 받는다. $0.98 달러보다 적은 UST를 제공하고 그 결과로 $0.98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받음으로써 거래자는 이 차익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또한, 이 거래를 통해 거래자는 변동률을 겪는 UST를 제공하고 비교적으로 안정적인 암호 자산인 BTC를 받을 수 있다. 거래자가 시장에 직접 UST를 파는 것이 아니라 LFG와의 거래를 통해 UST를 BTC로 교환하기 때문에 LFG는 비트코인 리저브 풀을 통해 UST 시장 가격의 하락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UST가 $0.98 달러 이상으로 거래될때 거래자는 $1 달러어치의 BTC를 제공하고 1 UST를 받는다. 이 과정을 통해 받은 BTC로 LFG는 추후 발생할 UST의 디페깅을 방어할 비트코인 리저브 자금을 확보한다. 이 준비금은 시장에 UST가 과하게 공급 될 경우, UST를 사들일 준비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비트코인 리저브가 생김으로써, LUNA의 가격이 하락했을 때 LUNA와 UST를 교환하는 게 아닌 비트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UST의 가격은 LUNA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설령 LUNA의 가격에 극심한 변동이 있더라도 비트코인을 되팔고 UST를 사들이며 UST 가격의 하방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심한 변동률을 겪는 시장에서 이러한 교환 비율은 UST의 가격 하락 압력을 막으며 루나 악순환 고리의 영향을 줄인다.

2. UST 디페깅 사태의 전말.

지금부터는 UST의 가격이 폭락하게된 일련의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고자 한다.

5월 7일

커브 3 Pool 의 유동성이 무너졌다. 5월 7일 9시 44분과 10시 52분, 테라폼랩스는 커브 3 Pool 에서 커브 4 Pool 로의 이동을 위해 커브3 Pool에 있던 약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UST를 총 두 번의 트랜잭션에 걸쳐서 출금하였다.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UST 출금 | 출처: Etherscan)

그런데 커브 4 Pool 로의 대규모 자금 이동을 위한 UST 출금이 이루어진 후 약 5분 뒤인 5월 7일 9시 57분, 커브 3 Pool의 자금 이동으로 커브 3 Pool의 유동성이 무너지고, 누군가가 8500만 달러 규모의 UST를 USDC로 스왑하며 UST의 페깅이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

커브 3 Pool이 취약해진 틈을 타 이와 같은 대규모의 UST가 시장에 풀림에 따라 커브 3 Pool이 공격당하며 UST가 디페깅 되었다. 3 Pool의 유동성이 무너진 후 약 3분 뒤인 5월 7일 10시에 UST가 $0.9987 달러에 거래되며 UST는 1차 디페깅 위기를 맞았다. 아까 말했듯이, 비교적 적은 규모의 UST 출금이더라도 이 변동을 막아줄 양의 유동성이 커브 4 Pool로의 이동을 위해 부재하였기 때문에 커브 Pool의 자산 간 비율이 심각하게 편중되며 UST의 페깅이 깨지며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 공격이 의도된 공격인지에 대한 진상규명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때마침 익명의 누군가 8,500만 달러 규모의 UST를 시장에 팔았고, 결과적으로 커브 3 Pool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8500만 달러 규모의 UST → USDC 스왑 | 출처: Etherscan)

다음 문제는 앵커 프로토콜에서 발행했다.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의 대출 플랫폼으로, UST를 예치하기만 하면 20%에 가까운 연 이자율을 제공하며 많은 사람을 테라 생태계로 유인하였다. 사람들은 20%가량의 이자율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UST를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해왔다.

대출자는 앵커 프로토콜에 스테이킹 된 자산(bAsset)을 담보로 맡기고 UST를 빌린다. 10 UST를 빌리기 위해 스테이킹 된 ETH를 담보로 맡겼다면, 맡긴 나의 ETH 담보는 bETH로 나타낸다. 이 메커니즘을 통해 대출자는 프로토콜상 정해진 차입 비율(LTV)로 UST를 빌린다. 가령, $100,000달러어치의 ETH를 예치하면 $60,000달러어치의 UST를 빌릴 수 있다. 이때, 앵커 프로토콜은 담보로 맡겨진 bETH의 대출 이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앵커는 20% 가량의 연 이자율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앵커 프로토콜에 발생한 대출금액 대비 예금 금액이 증가하며 앵커 프로토콜의 이자 준비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앵커 프로토콜에 대한 우려스러운 시각이 증가하고 있는 찰나에 연달은 UST 디페깅과 커브 3pool에서 대량 출금으로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UST-LUNA의 이중 토큰 메커니즘은 거래자가 LUNA를 제공할 경우 누구나, 언제든 UST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사실 LUNA-UST의 발행, 소각 메커니즘에는 사용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UST 자금에 대한 한계가 있다. LUNA-UST 스왑은 vAMM과 같은 자동화된 마켓 메이커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LUNA를 소각하며 UST를 제공한다. 이때, LUNA와 UST 보유 비율이 50:50으로 같을 때에만 유니스왑의 표준 교환 비율인 X*Y = K 공식을 이용하여 UST를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심각한 디페깅 사태에는 LUNA-UST의 플로우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 모두 디페깅되는 UST를 팔기 위해 VMM에서 LUNA를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두 한 번에 예치한 UST를 철회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테라 사태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존재한다. 바로 LUNA의 가치가 같이 하락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모두가 예치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이자 5월 7일, 약 23억 달러 규모의 UST 자금이 앵커를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한 번에 예치되었던 많은 UST가 앵커에서 출금됨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는 앵커 프로토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며 뱅크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5월 8일

커브 3풀의 균형이 무너지고 대량 앵커 출금 사태가 발생하며 시장에는 추가적인 UST 매도 압박이 발생하였다. 그리하여 커브 4풀의 자산 비율이 77%는 UST와 23%의 USDC, USDT, DAI로 구성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결국 UST의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고, 바이낸스에서는 1 UST가 디페깅 되어 $~0.995달러에 거래된다.

사람들 사이에는 UST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5월 7일부터 대량 철회 조짐을 보이던 앵커에서 계속된 출금이 이어졌다. 5월 8일에는 약 15억 달러어치의 UST가 추가로 앵커를 빠져나오게 된다.

(앵커 UST 자금 철회 | 출처: 델파이 디지털)

5월 8일 너도나도 UST를 되팔 때 LUNA의 가격은 최저 $61대로 떨어졌다. 전 주 고점 대비 약 30%가량 하락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LUNA와 UST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더 급격한 하락이 이루어졌다. 계속되는 UST 출금으로 UST의 유동성이 시장에 급격히 많아지며 UST가 걷잡을 수 없이 디페깅 되기 시작했다.

테라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불신이 계속해서 돌자, LFG에서는 이에 대응하고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그 내용은 커브 3 Pool 로 인해 하방이 뚫린 UST를 다시 페깅가에 맞추기 위해 OTC 거래를 통해 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BTC 대출 그리고 7억 5000만 달러의 UST 대출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LFG는 총 15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진행함으로써 UST의 가치를 안정시키려고 하였으나,UST의 디페깅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 후였다.

5월 9일

앵커에 대한 자금 우려, 시장에 가해지는 UST 매도 압박이 더욱더 커짐에 따라 UST의 디페깅 역시 더욱 가속화되었다.바이낸스에서는 한때 1 UST의 가격이 최저 $0.6 선에 거래되기에 이르렀다.

(출처: 트위터 @hasufl)

디페깅이 가속화되며 시장에서 불안감이 고조됨에 따라 사람들이 앵커에 있던 UST를 시장에 매도하기시작하였고, 연달은 UST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인 UST 출금을 유도하며 5월 9일, 50억 달러 규모의 UST가 추가로 앵커를 빠져나가게 된다.

5월 10일 — 5월 12일

UST의 가격은 최대 $0.8까지 올라가며 페깅가에 맞춰질 조짐을 잠시 보였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고 UST는 $0.225 가격대로 하락하였다. 결과적으로 앵커에는 총 21억 8,000만 UST만 남으며 테라 사태 발발 전 대비 84.49%의 UST 자금 감소를 목격하였다. 이때 커브 3 Pool 의 UST 자산 비율은 97–98%를 기록하며 UST를 제외한 커브 3 Pool 자산들의 유동성이 고갈되었다.

(노란 선: 앵커에 예치된 UST 자금 | 출처: 스마트 스테이크)

유동성이 고갈됨에 따라 UST 홀더들이 UST를 되팔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LUNA를 발행하며 UST를 소각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수히 많은 LUNA가 5월 10일부터 5월 12일, 사흘간 발행되었으며 LUNA 발행량은 3억 8,600만 개에서 320억개로 늘어나며 8190%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LUNA의 가격은 사흘 사이에 $31에서 $0.01로 99.1% 하락하게 된다.

5월 13일,테라 체인은 LUNA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악의적인 행위자에 의해 체인이 멈출 위기에 놓이게 된다. LUNA는 테라 블록체인의 거버넌스 토큰이고, 테라 블록체인의 검증인은 LUNA를 스테이킹하여 테라 거버넌스에 참여한다. 그런데, LUNA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음에 따라 악의적인 행위자가 적은 돈으로 많은 양의 LUNA를 구매하여 테라 블록체인을 공격하고, 블록 생성을 멈추는 공격이 가능해진 것이다. 테라 검증인 단체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블록 높이 7,603,700에서 테라 블록체인을 일시적으로 중지시켰다.

3. 마치며

테라폼랩스의 불투명한 비트코인 리저브 풀 운영, 앵커 자금난, 그리고 커브 풀의 대규모 자금 이동으로 인한 취약점 노출은 테라를 완벽한 몰락으로 이끌었다. 거버넌스 토큰인 LUNA는 결국 초인플레이션 현상을 겪으며 추락했고,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인 UST는 악순환 고리를 막지 못하고 1달러 페깅에 실패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테라의 실패를 비난하지만, 이번 실패를 단순히 비난만 하기엔 토크노믹스와 거버넌스 설계가 하나의 블록체인을 설계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많은 교훈들을 던져준다. 실패는 뼈아프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유저든, 투자자든, 개발자든 이번 테라 사태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교훈을 얻어간다면 앞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2편에서는 L1 네트워크의 탄탄한 토크노믹스의 중요성과 의미를 다루며 테라 디페깅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하서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Terra 그 이후] #1: 테라 디페깅 사태의 전반